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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기사입력 2021.02.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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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송1.jpg


    거리두기 집합금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삼백예순날이 한참 지났건만 난데없는 돌림병이 모질고도 질기다.
    세상에 우째 이런일이...

    오가는 발길은 묶였으나
    무심한 세월은 슬금슬금 저물어 섣달 그믐에 臨迫(임박)했네

    일년 한두번 휠끔 보는게 다였는데 그마져도 갈라놓고 발길이 묶였으니
    냉기 서린 시골길목에 당나무만 외롭게 지키고 섰다.
    아이들이 오잖으니 설렁한 차례상을 어찌 감당할꼬.

    눈에 드는 건 희멀건 하고 입안은 헐어 쓴맛 뿐이니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눈을 감아도 꿈자리마져 사납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요
    세월(歲月)이 약이랬는데

    머리맡에 쌓이는 건 약봉지만 수북하다.

    남들은 자식농사 잘 지었다고 칭찬이 자자한데
    아바피 말 못하는 속으로 곪은 가슴앓이를 누가 알꼬
    건너 보이는 선산에 굽은 솔이 부럽고나.


    자식도 품안에 있을때나 내 자석이지
    둥지 떠난 갯마을에 골바람만 드세고
    울리지 않는 전화기에 자꾸만 눈길이 머문다.

    글쓴이 정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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